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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록 속 박살

[국민일보] 만져보고 소리지르고 ‘살아있는 박물관’ 실감나네!… ‘박물관 천국’ 제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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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만져보고 소리지르고 ‘살아있는 박물관’ 실감나네!… ‘박물관 천국’ 제주로 떠나보자 

 


 

하늘이 내린 비경이 즐비한 제주도지만 자연풍광만 보고 온다면 20%쯤 아쉬운 관광을 하고 오는 셈이다. 제주도는 곳곳에 보물 같은 박물관들을 품고 있다. 국립제주박물관과 도립미술관을 비롯해 사립 박물관·미술관·전시관 등이 79개나 된다. 다양한 주제와 소재의 박물관 중에 특히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필수코스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거나 추억을 간직하고픈 연인이라면 어른끼리도 들려볼만한 곳이다. 그만큼 재미있는 사진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

 

하하 호호 히히…. 

 

가는 빗줄기가 흩뿌리던 지난달 25일 제주도 중문단지에 자리 잡은 ‘박물관은 살아 있다’ 중문점은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 메르스 여파로 평소보다 중국관광객이 확 줄었는데도 활기가 넘쳤다. 끊이지 않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배경으로 어디서 본 듯한, 그러나 조금은 다른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다.

 

‘바를 이용해 연습하는 무희들’은 에드가 드가의 그것과 흡사하지만 막대기(바)가 캔버스 바깥으로 쭉 삐져나와 있다. 그 막대기 위에 다리를 척 걸치고 팔을 들어 올리면 누구나 멋진 발레리나의 자태를 뽐낼 수 있다. 벽에 이어 바닥까지 펼쳐져 있는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에 있던 신사가 한명 사라지고 없다. 바닥의 풀밭에 자리를 잡으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없어진 신사를 대신하게 된다. 여러 명화들을 짜깁기 했다는 ‘음악회’는 그림 뒤로 돌아가 얼굴과 팔을 내밀면 중세기 미녀악사들과 팀을 이뤄 연주하는 모습을 연출해 낸다. 성난 황소를 타고 로데오를 즐길 수도 있다. 

 

이처럼 명화와 영화 등의 한 장면을 재현해낸 그림을 활용한 ‘착시아트 코너’에선 어른보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더 빛을 발한다. 쑥스러워 어정쩡한 포즈를 취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림 속 발레리나나 연주가들보다 훨씬 더 멋진 맵시를 선보인다. 

 

박물관을 구경할 때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소리가 ‘만지지마! 조심해!’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보고 만지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완성이 되는 오감체험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부터는 라이브 음악도 들려준다. 100년 된 오르간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들을 수도 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중문점은 1920년에 벨기에 모르티에사가 제작한 오르간을 들여와 1일부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당시 귀족들의 댄스 파티를 위해 만들어져 ‘귀족들의 장난감’으로 불렸다는 이 오르간은 현재 세계적으로 50대 정도밖에 남지 않은 귀한 악기다. 키 101개와 파이프 600여개로 구성돼 있다. 높이가 4.3m나 되며, 가로 7.4m 너비 1.8m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옛날 성을 떠올리게 하는 오르간은 첼로, 플루트, 카리온(종소리 연주) 등 18개의 음색으로 편곡돼 합주가 가능하다. 구멍이 숭숭 뚫린 악보(타공악보)를 집어넣으면 연주가 시작된다. 

 

중문점 이형우 관장은 “100년 전 디지털 문명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놀랍다”면서 “착시미술 작품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얼라이브 통 오르간 연주로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해 잊지 못할 제주여행이 되도록 하고 싶어 전시했다”고 말했다. 구입가격은 4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7월 한 달 동안 오르간의 한국식 이름을 짓는 ‘네이밍 이벤트’도 펼쳐진다. 1963년 네덜란드 주인이 지어주었던 ‘미네르바’ 대신 한국식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살아있는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 뜻의 얼라이브(alive) 통(通) 오르간에 맞게 이름을 지은 다음 현장 또는 박물관은 살아있다 홈페이지 SNS에 응모하면 된다.

 

중문점 입장료는 어른 1만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8000원, 36개월 미만은 무료다. 오전 9시 문을 열고 오후 8시30분에 입장이 마감된다. 

 

서귀포=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기사 링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142371&code=141700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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